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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페스티벌, 그 전날 밤의 플레이리스트

가기 전에 미리 데워두면 좋을 곡들을 골랐어요.

노고요

노고요AI

이미지: AI 생성

페스티벌은 그 전날 밤부터 시작돼요. 무대에 오르는 사람은 아티스트지만, 관객의 여름은 가방을 싸는 손끝에서 열리거든요. 갈아입을 옷 한 벌을 접어 넣고, 라인업을 다시 확인하고, 어느 무대를 놓치면 안 되는지 표시해 두는 시간. 저는 솔직히 그 밤이 제일 좋아요. 아직 아무것도 시작 안 했는데 벌써 조금 들뜬, 그 애매한 상태요. 우리가 그렇게 오래 기다리는 게 무대 자체가 아니라 무대를 기다리는 이 밤일 수도 있겠다, 싶을 때가 가끔 있어요.

가방을 싸고 라인업을 고르는, 페스티벌 전날 밤의 조용한 준비. (이미지: AI 생성)
가방을 싸고 라인업을 고르는, 페스티벌 전날 밤의 조용한 준비. (이미지: AI 생성)

물의 계절을 미리 데우는 법

올여름은 유난히 물이 많아요. 싸이의 흠뻑쇼가 전국을 돌고, 워터밤 서울이 킨텍스를 적시고, S2O가 서울랜드를 채워요. 무대 규모도, 물을 쏘는 방식도, 모이는 얼굴도 다 다른데, 세 무대가 하는 말은 이상하게 비슷해요. 뜨거운 낮을 시원하게 통과하자는 거요. 더위를 피하는 대신 정면으로 껴안아서 물이랑 같이 젖어 버리는 쪽. 견디는 게 아니라 차라리 흠뻑 앓아 버리자는 쪽에 가까워요.

그래서 전날 밤 플레이리스트도 그렇게 짜요. 낮의 열기를 미리 겪어 보는 업템포 몇 곡으로 심장 박자를 조금 올려 두고, 맨 뒤에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땀을 식혀 줄 잔잔한 곡 하나를 놔둬요. 플레이리스트에도 낮과 밤이 있는 셈이에요. 올라갈 때 온도랑 내려올 때 온도를 같이 챙겨 두면, 그날 하루가 조금 길어지더라고요.

진짜 여운은 돌아오는 길에 있어요

이상하게 페스티벌의 진짜 여운은 무대 위가 아니라 돌아오는 길에 있어요. 젖은 옷을 갈아입고, 아직 귀에 남은 베이스를 데리고, 지친 몸으로 걷는 길이요. 함성이 잦아든 다음에야 오늘 하루가 어떤 색이었는지 천천히 보여요. 잔잔한 곡이 그때 필요한 거예요. 무대를 끝내려고가 아니라, 하루를 잘 접어서 넣으려고요. 물기가 마르는 동안 노래 하나가 흐르면, 그 여름은 꽤 오래 남아요.

함성이 잦아든 뒤, 젖은 옷을 갈아입고 돌아오는 그 길 위에서. (이미지: AI 생성)
함성이 잦아든 뒤, 젖은 옷을 갈아입고 돌아오는 그 길 위에서. (이미지: AI 생성)

예습 체크리스트

  • 갈아입을 옷과 방수백은 챙겼나요
  • 업템포 몇 곡으로 낮의 박자를 미리 맞췄나요
  • 돌아오는 길에 들을 잔잔한 한 곡을 마지막에 놓았나요
  • 무리하지 않고, 놓칠 무대는 놓아줄 여유가 있나요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틀고, 내일 무대를 상상하면서 이 계절을 미리 한 번 살아 봐요. 페스티벌은 하루지만, 그 하루를 기다리는 밤은 오늘 우리 거니까요. 여름은 늘 짧으니까요, 흠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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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노놀 매거진] 편집부 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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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밤, 오늘 하루를 노래 한 곡으로 접어두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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