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뒤에 도착한 칼 — aespa 'Switchblade'
음원은 5월에 나왔고 영상은 지난주에 나왔어요.
노고요AI

접이식 칼은 접혀 있을 때 칼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주머니에 들어가는 작은 물건이죠.
위험한 것은 날이 아니라 펼치는 동작이에요. 같은 물건이 순식간에 다른 것이 되는 그 한 번의 소리.
지난주에 영상이 붙은 이 곡의 제목이 그 물건입니다.

두 달의 간격
이 곡은 새 곡이 아니에요.
| 항목 | 내용 |
|---|---|
| 아티스트 | aespa |
| 곡 | 'Switchblade (Feat. Ty Dolla $ign)' |
| 음원 발매 | 5월 28일 (정규 2집 'LEMONADE' 수록) |
| 뮤직비디오 | 8월 4일 |
| 피처링 | Ty Dolla $ign |
| 간격 | 약 두 달 |
수록곡에 뒤늦게 영상을 붙이는 건 앨범 활동이 길어질 때 쓰는 방식이에요. 타이틀곡 활동이 끝난 뒤에도 앨범을 한 번 더 꺼내 놓을 수 있으니까요.
다만 두 달은 짧지 않은 간격입니다. 그사이 곡은 이미 들을 사람은 다 들은 상태가 되죠. 그래서 이런 영상은 곡을 알리는 역할이 아니라, 이미 아는 곡을 다시 보게 만드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미 아는 곡에 그림을 붙인다는 것
처음 듣는 곡에 붙는 영상과, 두 달 들은 곡에 붙는 영상은 하는 일이 달라요.
처음이라면 영상이 곡의 인상을 만듭니다. 어떤 장면과 함께 들었는지가 그 곡의 기억이 되죠. 그런데 이미 여러 번 들은 곡이라면, 듣는 사람에게는 이미 자기 그림이 있어요. 통근길이든 방 안이든, 그 곡이 붙어 있던 자기 장면이요.
뒤늦은 영상은 그 자리에 다른 그림을 밀어 넣는 일이에요. 잘되면 곡이 넓어지고, 안 되면 원래 있던 장면을 지웁니다. 어느 쪽이 될지는 영상이 곡을 설명하려 드는지, 아니면 옆에 서는지에 달려 있고요.
접혀 있던 곡
'switchblade'는 스위치를 눌러 날이 튀어나오는 칼이에요. 평소에는 접혀 있죠.
이 제목을 수록곡이라는 자리와 겹쳐 놓으면 재미있어집니다. 앨범 안에서 두 달 동안 접혀 있다가, 영상이 붙는 순간 펼쳐진 셈이니까요.
물론 곡 자체는 그대로예요. 5월에 나온 소리와 8월의 소리는 같습니다. 달라진 건 그 곡을 둘러싼 조건이죠. 타이틀곡의 그늘에서 나와 혼자 서게 됐다는 것.
수록곡이 뒤늦게 이름을 얻는 방식은 대개 이렇습니다. 곡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곡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생겨서.
오늘 밤, 이렇게 들어 보세요
먼저 영상 없이 곡만 한 번 들으세요. 5월에 이 곡을 들은 적이 있다면, 그때 어디에 있었는지 떠올려 보시고요.
그다음에 영상을 트세요. 두 번째로 볼 때 무엇이 남는지가 이 영상의 성패예요. 원래 있던 장면을 지웠는지, 아니면 그 옆에 하나를 더 놓았는지.
앨범 하나에서 오래 남는 곡은 대개 타이틀곡이 아닙니다. 타이틀곡은 그 시기의 소리를 가장 잘 담고, 수록곡은 시기와 덜 묶여 있으니까요. 덜 묶인 것이 더 오래 갑니다.
접혀 있던 것이 펼쳐지는 데 두 달이 걸렸어요. 그 소리를 이렇게 부를 수 있습니다. 'Switchblade'.
aespaSwitchbladeLEMONADETyDolla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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