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부모의 노래를 찍는 일에 관하여
타이거JK와 윤미래의 듀엣곡이 어제 나왔어요. 뮤직비디오는 아들이 감독했습니다.

부모가 부르는 사랑 노래를 자식이 찍는다는 건, 만드는 쪽과 만들어진 쪽이 자리를 바꾸는 일입니다.
이 노래가 있어서 저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저 사람이 있어서 이 노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 사람이 카메라 뒤에 섰습니다.

어제 도착한 것
| 항목 | 내용 |
|---|---|
| 아티스트 | 타이거JK, 윤미래 |
| 곡 | 'Let Me Love You' |
| 발매 | 8월 20일 |
| 뮤직비디오 감독 | 서조단 (두 사람의 아들) — 감독 데뷔 |
| 간격 | 두 사람의 듀엣으로는 8년 만 |
| 소속사 | 필굿뮤직 |
팔 년이라는 간격
두 사람은 부부입니다. 결혼 19년 차예요. 그동안 각자의 음악을 해 왔고 여러 협업도 있었지만, 둘의 듀엣곡으로는 8년 만입니다.
같이 사는 사람끼리 8년 만에 같이 노래한다는 건 조금 이상하게 들립니다. 매일 보는 사이인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요.
거꾸로 보면 답이 됩니다. 매일 보는 사이라서 노래로 만들 이유가 따로 필요했던 겁니다. 만나기 어려운 사이라면 곡이 만남의 자리가 되지만, 이미 같이 있는 사이에겐 그런 기능이 없으니까요.
감독 데뷔라는 말
이번 뮤직비디오는 아들 서조단이 감독했습니다. 그의 감독 데뷔작이에요.
데뷔라는 말은 보통 처음 보여지는 쪽에 씁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이미 오래 보여져 왔습니다. 유명한 부모의 아들로요.
그래서 이 데뷔는 방향이 반대입니다. 나타나는 게 아니라 물러서는 데뷔예요. 화면 안에 있던 사람이 화면 밖으로 나가 처음으로 자기 자리를 만든 겁니다.
사랑 노래를 자식이 찍을 때 생기는 일
'Let Me Love You'는 사랑하게 해 달라는 말입니다. 부부가 서로에게 부르는 노래죠.
이 노래를 자식이 찍습니다. 그러면 화면을 만드는 사람은 그 사랑의 결과로 존재하는 사람이 됩니다.
보통의 뮤직비디오 감독은 곡을 해석해 화면으로 옮깁니다. 이 경우엔 해석할 것이 자기가 태어난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른 감독이라면 자료를 찾아 이해해야 할 것을, 이 사람은 이미 겪어서 알고 있어요.
시작이라고 말해 둔 발매
소속사는 이번 싱글을 시작으로 두 사람의 협업 결과물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R&B와 힙합을 오가는 작업들이라고 해요.
한 곡을 내면서 이게 시작이라고 말해 두는 건 약속입니다. 이 곡만 듣고 끝내지 말라는 뜻이고, 동시에 다음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스스로에게 거는 일이기도 하죠.
발매에 맞춰 팝업 스토어도 열립니다. 굿즈와 의류를 선보인다고 해요.
오늘 밤은 이렇게
먼저 소리만 들어 보세요. 두 사람의 목소리가 언제 겹치고 언제 갈라지는지를 세어 보면, 이 곡이 대화인지 합창인지가 정해집니다.
그다음 화면을 보세요. 카메라가 두 사람을 한 프레임에 넣는지, 아니면 따로 잡는지가 감독의 첫 선택입니다. 그 선택을 한 사람이 두 사람의 아들이라는 걸 알고 보면 다르게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제목을 다시 읽어 보세요. 사랑하게 해 달라는 건 허락을 구하는 말입니다. 19년을 같이 산 사람에게 아직도 허락을 구하는 노래를, 그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이 찍었습니다.
만든 사람이 만들어진 사람에게 자기를 맡기는 순서가 있습니다. 'Let Me Lo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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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놀 편집부
좋은 노래를 먼저 듣고 건네는 노놀 매거진 편집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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