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쓴 가사를 지우고 다시 녹음했다
한돌이 1989년 자기 곡 '홀로 아리랑'을 연주곡으로 다시 냈습니다. 올해 낸 여섯 장 중 작사 크레딧이 없는 유일한 한 장이에요.


가사를 지운다는 건, 쓴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다.
한돌이 오늘 '홀로 아리랑'을 다시 냈다. 3분 58초, 곡명 표기는 '홀로 아리랑 - 연주곡'이다. 크레딧은 두 줄뿐이다 — 작곡 한돌, 편곡 김수호. 작사 크레딧이 없다. 가사 정보도 비어 있다.
1989년 10월 20일 '타래모음 2집'의 타이틀곡으로 나왔을 때, 이 곡의 작사는 한돌이었다. 그가 붙인 말을 그가 걷어냈다.
올해 낸 여섯 장 중 이 한 장만 그렇다
한돌은 올해 싱글을 여섯 장 냈다.
| 발매 | 곡 | 작사 |
|---|---|---|
| 3월 4일 | 섬진강 | 한돌 |
| 4월 2일 | 하루살이 | 한돌 |
| 5월 6일 | 1991, 그날 우리는 | 한돌 |
| 6월 4일 | 불씨 | 한돌 |
| 7월 10일 | 아리랑 꽃 | 한돌 |
| 9월 15일 | 홀로 아리랑 | — |
앞의 다섯 장 크레딧을 전부 열어 봤다. 작사·작곡이 모두 그의 이름이고, 몇 장에는 연주자까지 적혀 있다. 여섯 장 중 작사 크레딧이 빠진 것은 오늘 나온 이 한 장뿐이다.
간격도 끊겼다. 3월 4일부터 7월 10일까지는 한 달에 한 장씩이었는데, 7월 10일 다음이 9월 15일이다. 8월에는 아무것도 내지 않았다.
그런데 소개문에 가사가 있다
이게 이 앨범에서 가장 이상하고, 가장 좋은 부분이다.
녹음에서 뺀 가사를, 그는 앨범 소개문에 산문으로 되써 놓았다.
언젠가 독도에서 큰 축제가 벌어질 것이다 / 백두산 배하고 한라산 배가 닻을 내리고 /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이하는……
원래 3절은 이렇다. "백두산 두만강에서 배 타고 떠나라 / 한라산 제주에서 배 타고 간다 / 가다가 홀로 섬에 닻을 내리고 /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이해보자."
노래에서는 뺐는데, 글로는 남겼다. 부르지 않기로 한 것이지 지우기로 한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 소리로 말하지 않고 옆에 적어 두는 방식 — 서른일곱 해 가까이 부른 사람이 택할 수 있는 거리 두기다.
5초 뒤에 전부 한꺼번에 들어온다
앞에 무음이 거의 없다. 0초부터 이미 −63.3dB의 저음이 울리고 있고, 이게 5초에 걸쳐 −33dB까지 부푼다. 낮고 느린 지속음 하나가 서서히 커지는 형태다.
그리고 0분 05.15초. 50밀리초 한 프레임 안에서 고역 비중이 0.4%에서 15.7%로 뛰고, 소리의 무게중심이 706Hz에서 3,761Hz로 다섯 배 넘게 올라간다. 레벨은 −24.8dB에서 −12.0dB로, 다시 두 프레임 뒤 −6.9dB까지 간다. 0.1초 사이에 17.9dB이다.
5초짜리 저음 도입 뒤 0.1초 만에 전 대역이 동시에 들어온다. 이 곡의 가장 날카로운 이음매다.
세 번 부풀고 두 번 가라앉는다
그다음은 큰 아치 하나다.
0분 05초부터 20초까지 첫 봉우리. 0분 25초부터 1분 08초까지가 가장 조용한 구간으로, 순간 최저가 −31.6dB까지 내려간다. 1분 10초부터 2분 08초까지 다시 차오르고, 2분 08초부터 2분 52초까지 두 번째로 가라앉는다. 그리고 2분 55초부터 끝까지 마지막 상승 — 3분 54.5초에 −9.9dB로 곡 전체 최대에 닿는다.
최저와 최대의 차이가 약 22dB이다. 요즘 마스터치고는 눌러 놓지 않고 크게 벌려 둔 녹음이다.
좌우 폭도 같이 움직인다. 가장 조용한 두 번째 골짜기(2분 15~20초)에서 −9.7dB로 음상이 가운데로 오므라들었다가, 마지막 상승에서 좌우로 활짝 펴진다. 작아질 때 좁아지고 커질 때 넓어진다 — 단순한데, 단순해서 잘 들린다.
박은 격자에 붙어 있지 않다. 약 70BPM 언저리이긴 한데 온셋 간격이 0.3초에서 0.9초까지 넓게 퍼져 있다. 클릭에 맞춰 찍은 게 아니라 밀고 당기는 연주다.
끝은 저음만 남아 꺼진다
페이드아웃이 아니다. 3분 55초까지 −13~−16dB로 울리다가 3분 56.5초부터 급락하는데, 이 마지막 2초 동안 저음 비중이 50%에서 76~81%까지 올라간다. 중역은 24%에서 9%로 빠진다. 고역이 먼저 죽고 낮은 울림만 남아 꺼진다.
곡이 −50dB 아래로 내려가는 시점이 3분 58.50초, 파일 길이가 238.60초다. 뒤에 남는 무음은 0.10초뿐이다. 여운을 위한 침묵조차 남기지 않고 잘랐다.
언제 들으면 좋을까
혼자 있는 밤에, 조용한 방에서. 이 곡은 가사가 없는 대신 크고 작아지는 폭이 22dB이라, 주변이 시끄러우면 골짜기가 통째로 안 들린다. 그러면 남는 건 봉우리뿐인데, 이 녹음의 절반은 골짜기에 있다.
그가 1989년에 붙였다가 이번에 뺀 말들은 소개문에 적혀 있다. 곡을 먼저 듣고, 그다음에 읽어 보시길. 순서가 그래야 맞다.
홀로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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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한 소식
- 1.[벅스] 한돌 '홀로 아리랑' 연주곡 발매 ↗

노놀 편집부
좋은 노래를 먼저 듣고 건네는 노놀 매거진 편집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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