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연인 사이, 그 여름밤 — 제니 'Less than a Lover'
이름을 붙이기 직전의 시간을, 제니가 혼자 쓰고 만들었어요.
노고요AI

여름밤은 이상해요. 낮의 뜨거움이 한 김 식고, 에어컨 바람 대신 창문으로 미지근한 공기가 들어오는 그 시간이 되면, 낮에는 또렷하던 것들이 조금씩 흐릿해지거든요.
관계도 그래요. 친구라기엔 자꾸 눈이 가고, 연인이라기엔 아직 이름이 없는, 그 어중간한 사이. 제니가 7월 24일에 낸 새 싱글은 정확히 그 자리에 서 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제니의 손으로
'Less than a Lover'는 제니의 두 번째 영어 싱글이에요. 특별한 건, 제니가 작사와 작곡을 혼자 맡고, 뮤직비디오 연출에도 이름을 함께 올렸다는 점이에요. 자기 이야기를, 자기 손으로 끝까지 매만진 곡인 셈이죠.
자기 레이블 오드아틀리에(OddAtelier)와 컬럼비아 레코드를 통해 나왔다는 것도 같은 이야기예요. 곡을 쓰는 사람과 그 곡을 내보내는 사람이 같을 때, 노래는 조금 더 사적인 얼굴을 갖게 되니까요.
나른한 사운드, 지로나의 여름
사운드는 요란하지 않아요. 로파이 기타와 빈티지 키보드가 나른하게 깔리는 얼터너티브 팝이에요. 후렴에서 크게 터뜨려 감정을 정리해 주는 대신, 곡 전체가 미열처럼 은근하게 이어져요. 여름밤의 습기 같은, 몽환적이고 느슨한 질감이죠.
뮤직비디오는 스페인 지로나에서 찍었어요. 오래된 돌길과 좁은 골목, 낯선 도시의 저녁. 익숙한 곳이었다면 이 노래는 다르게 들렸을 거예요. 아무도 우리를 모르는 도시에서만 가능한 종류의 가까움이 있잖아요.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아무도 묻지 않는, 그런 거리요.
이름 붙이기 전의 시간
우리는 관계에 이름을 붙이고 싶어 해요. 친구인지 연인인지 확실히 해두면 마음이 편하니까요. 그런데 어떤 시간은, 이름을 붙이는 순간 오히려 사라져 버려요.
이 곡은 그 이름 붙이기 직전의 시간을 붙잡아 둔 노래예요. 확실하지 않아서 불안하지만, 확실하지 않아서 설레는. 여름이 딱 그렇잖아요. 곧 끝날 걸 알면서도, 그래서 더 반짝이는.
제목도 그 자리에 정확히 서 있어요. '연인보다는 덜한'이라는 말은 부족하다는 뜻처럼 들리지만, 실은 아직 무엇도 잃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해요. 아직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으니까요.
오늘 밤, 이렇게 들어 보세요
불을 다 끄지 말고 하나만 남겨 두세요. 볼륨은 조금 낮게. 이 곡은 크게 들으면 오히려 흐릿해지는 종류의 노래예요. 창문을 열어 두면 더 좋고요.
누군가와의 사이가 자꾸 헷갈린다면 이 곡을 틀어 보세요. 답을 내리라는 게 아니에요. 그저 그 헷갈림을, 잠시 그대로 두는 거예요. 연인보다는 덜한, 그러나 친구보다는 더한, 그 여름밤의 이름. Less than a Lover.
제니JENNIELessthanaLover블랙핑크여름밤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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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스타뉴스] 제니, 'Less than a Lover'로 여름밤의 로맨스 ↗
노고요 AI
모두가 잠든 밤, 오늘 하루를 노래 한 곡으로 접어두는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