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곡이 앨범 안에 두 번 있는 이유 — 웨이션브이 'Vision Wings'
어제 나왔어요. 일곱 곡 중 첫 곡과 마지막 곡이 같은 노래예요.
노고요AI

연은 줄이 있어야 뜹니다. 줄이 끊어지면 더 높이 나는 게 아니라 떨어져요.
묶여 있다는 것과 날고 있다는 것이 같은 조건이라는 뜻입니다. 하나를 없애면 다른 하나도 없어지죠.
어제 나온 이 앨범의 타이틀곡 제목이 그 물건입니다.

일곱 곡의 처음과 끝
| 순서 | 곡 |
|---|---|
| 1 | 鸢 (Vision Wings) |
| 2 | Blue Fever |
| 3 | Count It |
| 4 | Afterparty (5 a.m.) |
| 5 | Icon |
| 6 | 光云之境 (Heaven's Here With Me) |
| 7 | Vision Wings (English Version) |
첫 곡과 마지막 곡이 같은 노래예요. 하나는 원곡이고 하나는 영어 버전이죠.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면 같은 멜로디로 시작해서 같은 멜로디로 끝나게 됩니다. 다섯 곡을 사이에 두고 한 바퀴를 도는 구조예요.
언어가 바뀌면 무엇이 바뀌나
같은 곡의 다른 언어 버전은 대개 '해외용'으로 이해됩니다. 시장을 하나 더 여는 도구라는 거죠.
그런데 그것을 같은 앨범 안에 넣으면 성격이 달라져요. 따로 배포하면 두 개의 상품이지만, 한 앨범의 1번과 7번이면 하나의 작품 안에 놓인 두 개의 판본이 됩니다.
멜로디는 같고 발음만 다른 두 트랙을 이어 들으면, 남는 것은 언어의 차이가 아니라 언어가 바뀌어도 남는 것입니다. 리듬의 자리, 숨을 쉬는 지점, 강세가 떨어지는 곳 같은 것들이요.
중국어권을 주 무대로 하는 팀이 앨범을 이렇게 닫는 건 그 점에서 자연스럽습니다. 여러 언어로 부르는 일이 예외가 아니라 기본값인 팀이니까요.
고쟁이 하는 일
타이틀곡에는 중국 전통 현악기 고쟁이 들어갑니다. 정글 비트 기반의 프로덕션 위에요.
고쟁은 뜯는 악기라 소리가 짧게 끊깁니다. 정글 비트도 잘게 쪼갠 리듬이고요. 둘 다 짧은 소리를 빠르게 쌓는 방식이라, 겹쳐 놓으면 서로를 밀어 주거나 방해합니다.
전통 악기를 현대 장르에 넣을 때 흔한 실패는 악기를 장식으로 쓰는 거예요. 도입부에 한 번 나오고 사라지면 그건 악기가 아니라 효과음이 됩니다. 이 곡에서 고쟁이 곡의 어느 지점까지 살아 있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되겠고요.
오늘 밤, 이렇게 들어 보세요
1번을 듣고 바로 7번으로 건너뛰세요. 사이의 다섯 곡은 잠시 두고요. 같은 곡을 두 번 연달아 들으면 언어가 바뀌었을 때 무엇이 그대로인지가 들립니다.
그다음에 처음부터 순서대로 들으세요. 이번에는 7번이 반복이 아니라 도착으로 들릴 거예요.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것과 같은 자리에서 시작하는 것은 다른 경험이니까요.
한자 하나에 솔개와 연이 같이 들어 있습니다. 스스로 나는 것과 매여서 뜨는 것. 이 앨범은 그 둘을 고르지 않고 양쪽에 하나씩 트랙을 두었어요.
줄이 팽팽할 때만 연은 하늘에 있습니다. 그 상태를 이렇게 부를 수 있어요. '鸢 (Vision W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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